1997년 봄은 제게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남긴 때였던 것 같아요. 그 때에는 별보는것과 별사진 찍는 것에 푹빠졌었는데요. 왜냐하면 당시에 헤일-밥(Hale-Bopp) 혜성이 왔거든요.
혜성의 이름이 헤일-밥인 이유는 1995년 7월 22일 미국의 아마추어 천문가인 Alan Hale과 Thomas Bopp이 M70 구상성단을 관측하던 중 그 옆에 있던 10.5등급의 천체를 발견했고, 후에 이 혜성이 새로 발견된 혜성이라 판명되어 발견자의 이름을 붙혀주었기 때문입니다. 학명으로는 1995O1로 명명되었습니다.
이 혜성은 20C 최대 혜성이였습니다. 헤일밥 혜성은 주기가 약 3000년 쯤 된다고 합니다. 즉, 3000년 뒤에나 이 혜성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1997년 당시 밝기가 1등급 이상으로 일반인 들도 잘 알고 있는 핼리혜성보다 100이상 밝았으며 핵의 지름은 40km로 핼리혜성의 핵(15km) 크기의 2배가 넘습니다. 1997년 3월 31일 근일점(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을 통과하였습니다.
아참... 혜성과 유성(별똥별) 의 차이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소개하자면.... 혜성은 지구 대기권 밖... 즉 우주에 있는 천체입니다. 반면에 유성은 지구 대기권밖에 있는 작은 바위 덩어리(유성체; meteoriod)가 지구에 떨어지면서 지구의 대기권과 마찰하여 발광하는 것입니다.
혜성의 구성물질은 먼지와 얼음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태양 근처로 지나가면 태양풍에 의해 증발하면서 꼬리가 생깁니다. 지구에서 보면 길게 꼬리가 보이고요, 거의 정지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죠. 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것 뿐입니다. 실제로 하루하루 관측해보면 별 사이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지요. 망원경으로 몇분간 혜성을 보면서 별들사이로 움직이는 혜성을 본적이 있는데요. 참 재미있는 추억거리였던것 같습니다. 아직도 눈에 아른아른... ㅋ
뭐... 헤일-밥 혜성에 대한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치고요.
별사진 찍는 법에 대해 잠깐 소개할께요.
천체사진을 찍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는데요. 바로 고정촬영법과 가이드촬영법입니다. 고정촬영법은 말그대로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서 찍는 방법이고요. 가이드촬영법은 지구의 자전에 의해 흘러가는 별을 추적하면서 찍는 방법입니다. 가이드촬영법이 고정촬영법보다 더 어렵고 비싼 장비가 요구된 다는 느낌이 오지 않나요? 1997년도 당시는 제가 이제 막 대학생이 되었을 때라 가이드촬영할 수 있는 장비를 마련할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정촬영을 했고요. 아래 소개하는 사진들이 다 고정촬영법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당시 DSLR은 없었기 때문에 필름사진기를 이용해서 찍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사진은 일반 자동카메라로는 찍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별이 매우 어둡기 때문에 1초도 안되는 짧은 노출로는 어두운 별을 찍을 수 없답니다. 이러한 사진은 B셔터(노출을 무한대로 줄 수 있는 셔터)가 달린 수동카메라를 이용해 찍게 됩니다. 그 외에도 튼튼한 삼각대, 감도가 높은 필름(ISO 400이상:숫자는 필름의 감도를 뜻합니다. 숫자가 클 수록 높은 감도를 가진 필름입니다.), 그리고 릴리즈(셔터를 카메라에서 직접 누르지 않고 간접적으로 누를 수 있게 해주는 악세서리)가 필요합니다. 이 정도 장비면 충분히 별사진을 찍을 수 있지요. 한 20~30만원정도면 이러한 장비들을 구할 수 있겠군요.
그럼 본격적으로 제가 1997년 2월~4월에 찍은 혜일-밥 혜성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1997.02.17 5시 AM, 충남시 천안시 직산읍 군서리. 노출시간:20초, 필름감도 :1600
짜잔~~ ㅋㅋ 위 사진은 제가 생전 처음으로 찍은 헤일밥 혜성사진입니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혜성이 보이시나요? 꼬리도 보입니다. 그때는 혜성의 꼬리가 겨우 보였는데요. 이 때부터 혜성의 밝기는 상당히 밝아지기 시작하더군요.
1997.02.21 5h AM 충난 천안시 천안공업전문대학교(현재 공주대)
위 사진은 400의 감도를 가진 흑백 필름으로 찍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맨 위에 밝은 별이 직녀성(Vega)입니다. 백조자리 부근을 지나가는 혜성의 모습입니다.
1997.03.04 5:47 AM, 충남시 천안시 직산읍 군서리. 노출시간:3분, 필름감도 :400(?)
위 사진은 3분정도 노출한 사진입니다. 혜성 위에 밝은 별은 백조자리의 데네브(Deneb)라는 별입니다. 이 별이 2등성 정도 되니깐 혜성이 2등성보다 더 밝다는 의미겠지요. 눈으로도 잘 보였죠.
1997.03.11 새벽, 필름감도:400, 노출시간:20초(?)
1997.03.11 새벽, 필름감도:400, 노출시간:20초(?)
1997.03.11 새벽, 필름감도:400, 노출시간:20초(?)
위의 3개 사진은 1997년 3월 11일 새벽에 찍은 사진입니다. 혜성이 앞의 사진들보다 더 커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꼬리가 2개가 보입니다. 잘보이는 흰 꼬리는 먼지꼬리라고 하고요. 파랗게 보이는 꼬리는 이온꼬리라고 해요. 잘 안보이신다고요? 그럼 아래사진을 한번 보시죠.
찍은분:박대영, 장소:경기도양평한치고개,일시:1997.03.08 05:15, 8분노출, 자동가이드
바로 위 사진은 제 대학교 선배인 박대영님이 찍은 사진인데요. 제 사진과는 다르게 멋지게 찍었네요 ㅎㅎ 제가 찍은 방식은 고정촬영이고 이 사진은 아까 별을 쫗아가면서 찍는 방법인 가이드촬영법을 이용한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먼지꼬리와 이온꼬리가 눈으로 아주 잘보입니다. 혜성이 꼬리가 2개가 생기는 이유는 http://blog.daum.net/rhdejrwn4101/10301884 에 찾아가 보시면 아실 수 있겠습니다.
위 사진의 출처는 http://cafe.naver.com/ngc7000/104 입니다.
1997.04.05 새벽, 충남천안직산군서
1997.04.05 새벽, 충남천안직산군서
위 사진들 역시 새벽에 찍은 사진입니다. 혜성의 꼬리가 확연히 잘 보입니다.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당시 눈으로 볼때도 장관이였습니다. 바로 위 사진은 카시오페이아 별자리와 같이 찍은 겁니다. 혜성 옆에 W자가 보이시나요? ^^ 이날 혜성사진 찍다가 삼각대가 부러지는 사고가 있었죠. 그래서 찍다가 못찍었는데요. 삼각대만 안뿌러졌다면 진짜 멋진 사진을 많이 찍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1997.04.11 저녁 충남 천안 직산 군서, 필름:1600슬라이드,노출:30초?
1997.04.11 저녁 충남 천안 직산 군서, 필름:1600슬라이드,노출:30초?
위 사진은 특별한 필름을 사용했습니다. 보통 쓰는 필름은 네거티브필름이라고 하는데요. 이 사진에 사용한 필름은 슬라이드 필름, 즉 포지티브필름입니다. 감도는 1600로 꾀 높은 걸 썼죠. 이 날 사진 찍을려고 산으로 올라가는데 가시나무가 너무 많아서 다 못올라가고 무덤에서 찍었습니다. ㅋ 혜성이 페르세우스 자리에 있고요. 아래 사진 왼쪽 에는 조그만하게 플라이아데스 산개성단도 보이는 군요. 아~.... 사진에 휙~ 하고 길게 찍힌 건... 찍는 동안 비행기가 지나가서 그런겁니다. ㅎㅎㅎ 아쉽군요.
충남 천안시 직산면 수헐리 1997년 4월 12일 저녁 한사랑감리교회 앞
충남 천안시 직산면 수헐리 1997년 4월 12일 저녁 한사랑감리교회 앞
충남 천안시 직산면 수헐리 1997년 4월 12일 저녁 한사랑감리교회 앞
위의 3개 사진이 제가 마지막으로 찍은 헤일-밥 혜성입니다. 교회 십자가에 붉게 물든 나무와 지붕이 혜성과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벌써 10년 전이군요. 그때는 정말 밤하늘을 보고 사진찍는것이 행복했던 시절이였습니다.
지금은 사는게 바빠서 그런지 하늘을 볼 기회가 많지 않군요. 좀더 여유를 가지고 시골로 나가서 별을 보고 싶습니다.
이올린 추천글 : 사진 분야에 추천되었습니다. 잘찍은 것도 아닌데 ㅎㅎㅎ
글쓴이 : 지돌스타(http://blog.jidolst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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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을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스크랩을 하실경우 출처를 꼭 밝히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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